본문 바로가기

커피에 관한 리뷰(Coffee Review)

[도전! 커피테이스터_기사 풀이] “커피는 고독보다 써야 한다”는 바보같은 믿음

“커피는 고독보다 써야 한다”는 바보같은 믿음.

박영순 교수님이 매일경제에 [도전! 커피 테이스터]라는 이름으로 커피향미에 대한 기사를 연재하십니다. 일반인이나 커피를 처음 대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내용일지라, 나름대로 핵심내용에 대해 쉽게 전하고자 합니다.

 

 

[기사내용]

매일경제"BIGS" - ​“커피는 고독보다 써야 한다”는 바보같은 믿음

>>기사내용​

고독을 씹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시대는 진작 지났다. 쓴 표정을 지으며 눈을 지그시 감는 체하는 모습은 바보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짧게 잡아도 1800년을 넘은 커피 역사에서, 어디를 보아도 작정하고 쓴맛을 참아내며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은 없다. 

 

  
로스팅 된 콩

 

 

무슬림들이 7~8세기 메카에서 말린 커피열매를 통째로 끊여 마시거나 동물기름과 섞어 볶아 먹을 때에도 쓴맛을 추구한 게 아니다. 와인과 같은 산미와 볶을 때 나오는 매력적인 향, 단맛과 교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기분 좋은 향미를 즐겼던 것이다. 이후 이집트, 레바논, 페르시아 등을 거쳐 13세기쯤 터키에서 커피가 꽃을 피웠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구리를 잘 주무르는 이스탄불의 장인들이 체즈베(Cezve) 또는 이브릭(Ibrik)을 만들어 지중해 방식의 커피(Mediterranean coffee)를 마셨을 때에도, 그들은 자극적인 쓴맛을 없애기 위해 카르다몸(Cardamon)이나 육두구(Nutmeg), 정향(Clove)과 같은 향신료를 넣어 어떻게 해서든 향미를 좋게 만들려고 애를 썼다.   

 

 

 


▲ 핸드 드립 
 

 

커피가 이슬람 권역을 벗어나 그리스도교가 뿌리 깊은 유럽에 퍼지기 시작한 17세기 중반부터 마침내 향미를 탐구하는 문화가 싹튼다. 1640년대 커피가루를 더 이상 끓이지 않고 천에 담아 끓인 물에 우려내 먹는 추출법이 프랑스에서 탄생한다. 이후 퍼컬레이터(Percolator) 방식, 핸드 드립의 발명, 에스프레소 머신의 진화 등 커피 추출법은 사람들의 관능을 행복하게 하는 쪽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우리는 왜 “커피는 고독보다 써야 한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군을 통해 퍼지게 된 인스턴트커피 때문이다. 커피를 물에 잘 녹게 하기 위해, 한 번 추출한 커피액체를 증발시켜 다시 가루로 만든 인스턴트커피는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술이 발전해 원두커피 못지않게 맛이 좋아졌다고 우기는 사람들은, 한 번 익힌 도미를 잘 손질만 한다면 회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보다 더하다.   

 

 
▲ 커피 생두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커피생두를 산지에서 직접 가져오지 못하고 꽤 오랫동안 일본에서 묵은 재고를 들여온 탓이다. 생두가 1년 이상 오래 묵으면 성분들이 산패해 잡미가 난다. 특히 떫은맛이 두드러지는데, 이런 나쁜 향미를 없애기 위해 커피를 탈 정도로 오래 볶았다. 이런 후유증은 지금도 일부에서 계속 되고 있다.

 

 

 

 

 

 

세계의 커피애호가들은 이미 향미 좋은 커피를 선별해 즐기고 있다. 향미가 좋으려면 생두가 신선하고 영양성분이 잘 담겨 있어야 한다. 따라서 맛이 좋은 커피가 마땅히 건강에도 유익한 것이다. 커피문화의 물결도 향미를 좋게 즐기는 쪽으로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 인스턴트커피가 대세였던 시절(제1의 물결)에서 1977년 스타벅스의 등장으로 촉발된 프랜차이즈 카페의 붐(제2의 물결), 이어 1990년대 ‘인텔리겐치아’ ‘스텀프타운’처럼 향미가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직접 커피를 볶는 로스터리 카페의 등장(제3의 물결)까지 커피문화는 좋은 향미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장, 사진 제공=커피비평가협회(CCA)]  

 

 

 

>>기사풀이

 

​커피에서 쓴맛은 존재한다. 하지만 쓴맛으로 즐긴다는 시선은 커피를 알게 된 지금으로썬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커피에 좋은 향이 얼마나 많은데! 당신이 마시던 인스턴트, 자판기커피에서의 맛은 시선을 원점에서부터 벗어나게 만든다. 극단적으로, 스페셜티커피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는 "다른 음료라고 생각하고 마셔라"​라고 말하기도 하는 입장이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사람들은 항상 쓰디쓴 맛을 줄이기 위해 향신료를 넣거나 추출방식을 바꾸는 등의 시도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현재의 추출기구들이 "줄어든 쓴맛"을 즐길수있게 개발되어지고 발전하고 있다.

여러분들이 향미들을 느끼기 힘들고 쓴맛만을 봐왔다면 ​커피가 생두에서부터 추출될때까지의 과정에서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향미가 느껴지는 커피는 건강에도 좋다. 부디 카페인만을 위해서 마시는 커피가 아니라면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누리시길 바란다.

 

 

[오두환 - 커피비평가협회(CCA) 강사]